생일 선물
이재이
생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손글씨 카드와 포장된 선물
케익에 숫자를 켜고
잠시 눈을 감은 채 후- 부는 것은
기대하는 마음의 준비
만년필과 시집을 받고
시집 속지에 쓴다
- 2019년 5월 5일 생일 선물로 받다
선물 열어
첫 시를 읽는다
시집을 곁에 두는 것은
펜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
태어난 기념으로
수고하는 인생을 시로 남기는 날
이재이
생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손글씨 카드와 포장된 선물
케익에 숫자를 켜고
잠시 눈을 감은 채 후- 부는 것은
기대하는 마음의 준비
만년필과 시집을 받고
시집 속지에 쓴다
- 2019년 5월 5일 생일 선물로 받다
선물 열어
첫 시를 읽는다
시집을 곁에 두는 것은
펜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
태어난 기념으로
수고하는 인생을 시로 남기는 날
이재이
숲이 감푸른 숨으로 신음한다
십칠 년 동안 땅 속에서 웅크려 껍질 벗고
지상에 올라와 한 달 동안
삶을 쏟아내는
매미 안고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운다
동시에 울어야 멀리 퍼지는 것을 아는가 보다
숲도 나무도 매미도 새도 풀도
야생화도 함께 운다
울다 울다 지쳐 마른다
아스팔트가 아지랑이 숨으로 신음한다
열 달을 배속에서 웅크리고 세상에 나와
팔십 여년 몸살 앓는 우리
매미의 울음을 가늘고 얕게
나누어 길바닥에서 운다
아무도 함께 하지 않는
드러내고 울 수 없는 울음
이불 덮고 손등으로 닦아내면
숲이 야위어
차갑게 속으로 삼키는 것처럼
야생화, 악몽에 떠는 것처럼
밤은 지나가고 다른
작은 분량의 울음이 길모퉁이에서 기다린다
이재이
한인 마켓으로 가는 고속도로 표지판에
덴버 1700 마일이 뚜렷한데, 미국에서 20년 지나도록 마일 감각이 없어
대강 암산해 보니 서울에서 부산을 네 번이나 왕복하는 거리다
록키산맥을 끼고 있는 콜로라도 덴버,
흰 눈 이고 짙은 안개 뚫고 맹렬하게 서 있는 산맥
산 중턱 어느 통나무집에서 흘러나오고 있을 것만 같은
컨트리송 가수 존 덴버의 카랑한 노래가
발렌타인 데이 초코렛을 기다리는 연인의 눈동자처럼 꼬셔댄다
미국 친구들은 은퇴하고 대륙을 횡단하는 게 꿈이라서 나도
이 길 따라 가면 되겠구나 싶어 덴버 지나 태평양까지 3000 마일 여행길을 가늠해 본다
하루에 10 시간씩 운전하면 5 일이면 되겠지만, 중간에 콜롬버스, 인디애나폴리스, 세인트 루이스, 덴버, 라스베가스, 로스앤젤레스를 둘러보려면 최소한 2 주일은 걸리겠구나, 차에 기름 넣을 주유소와 식당도 알아 보고 호텔도 필요하겠지
태평양 너머에는 한국도 있겠지
한참 궁리에 빠져 있는데 옆 차가 빠앙 하며 지나간다
장 보러 가는 고속도로
하늘로 닿아 있는 언덕길이 새롭다
오늘은 배추김치랑 총각김치도 사서 저녁밥 먹고 지도를 찬찬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