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1. 5. 15. 20:06

침묵에게

 

 

이재이

 

 

말(言)은 숨은 선(線)

그어지는 궤적대로 너와 나를 좌표에 세운다

속마음 깊이 따라

선은 짙은 두께로 공중에 새겨지고

공간이 뭉텅 잘려 나간다

나의 윤곽은 딱딱한 점이 되어

신호등처럼 뒷머리에 판화로 뜬다

암실에서 색칠하고 침대 밑에 넣어 둔 채

다시 웃는 얼굴로

슥슥슥 말(言)을 긋는다

 

창문 여는데

전깃줄에 앉아 있던 까마귀

잘려 나간 공간 속으로 줄 하나 길게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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