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이재이
이젠 늘어진 티셔츠
대강 보아도 넉넉했어
그런데 무엇이 보였던 거야?
보이는 길만 따라 달렸어
뒤돌아 보니 발자국이 모두 지워져 있어
두려웠지
궤적 없이 나아가려니 툭
떨어질 것만 같았지
마른 웅덩이에서도 질식할 것 같았지
찬찬히 봐야 해
잠은 한 밤으로 만족하는 날
아스팔트 틈 사이로 강아지풀 발견하는 날
보는 것 따라
아침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서로 손을 꼭 잡고
비척비척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는 여든의 노부부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거야
대강 보아도 예뻤어
그리고 자세히 보면 언제나 신비로웠어
카메라에 저장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