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1. 4. 4. 23:04

봄날

 

이재이

 

 

이젠 늘어진 티셔츠

대강 보아도 넉넉했어

 

그런데 무엇이 보였던 거야?

보이는 길만 따라 달렸어

뒤돌아 보니 발자국이 모두 지워져 있어

 

두려웠지

궤적 없이 나아가려니 툭

떨어질 것만 같았지

마른 웅덩이에서도 질식할 것 같았지

 

찬찬히 봐야 해

잠은 한 밤으로 만족하는 날

아스팔트 틈 사이로 강아지풀 발견하는 날

보는 것 따라

아침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서로 손을 꼭 잡고

비척비척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는 여든의 노부부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거야

 

대강 보아도 예뻤어

그리고 자세히 보면 언제나 신비로웠어

카메라에 저장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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