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1. 8. 14. 23:35

밤의 틈에서   

 

 

이재이

 

 

혼자 산다는 것은

잠은 오는데 잠들고 싶지 않은 밤과 같아

꺼낼 수 있는 기억들을 다 꺼내 안아주는 것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

카메라 보며 스스로에게 말하는 동영상들

SNS 통에 버려진 의미와 진실

 

기억의 틈을 잇는 진공의 암흑에너지

버티게 하는

방 안을 낯설게 서성이다가

문지방에 낀 쌀 알을 하나씩 줍는다

술로 시간을 잃고 싶지 않아

밤 바닷가 사진의 배경, 푸른 물 길어 

주워 모은 쌀로 밥을 짓는데

밖에는 사람들 틈에서 비늘 돋아나

밥 짓는 연기는 방 안에서 껍질 딱딱한 알을 낳고

혼자 구르니

 

힘껏 오른팔 뻗어 핸드폰 쥐고

왼손 손가락 두 개를 편 채 얼굴 사진으로

알을 삼킨다

밥 한 술, 한 술에 알이 깨지는 

불그스름한 무정란 깨지는 밤의 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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