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1. 8. 14. 10:09

아침 산책

 

 

이재이

 

 

또로롱 호오잇 촉촉촉촉

비스듬히 비쳐드는 햇빛, 머리칼 쓸어올리는 바람

숲 정문에서 네가 인사한다

저만치 강아지풀 속으로 사라진 토끼

몸에는 나무들이 밤새 모은 한 방울 향수

그 사잇길을 너와 걷는다

너는 쉬지 않고 노래한다

어떤 질문에도 대답 대신 가볍게 찡그리며

귀 기울여 들으려 하면 멈추고

듣지 않는 듯 걸으면 들리는 숲의 합창

아마 그때 쯤이었다

풀잎 이슬과 나뭇잎에 산란된 햇빛으로

아득해지는 순간, 들리는 목소리

  - 찾지 말아요 느껴요 언제나 여기 있어요

굿모닝 인사를 건네는 동네 사람 뒤로

숲의 끝이 나타난다

앨리스 안녕! 내일 아침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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