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3. 05:57
덴버 1700 마일
이재이
한인 마켓으로 가는 고속도로 표지판에
덴버 1700 마일이 뚜렷한데, 미국에서 20년 지나도록 마일 감각이 없어
대강 암산해 보니 서울에서 부산을 네 번이나 왕복하는 거리다
록키산맥을 끼고 있는 콜로라도 덴버,
흰 눈 이고 짙은 안개 뚫고 맹렬하게 서 있는 산맥
산 중턱 어느 통나무집에서 흘러나오고 있을 것만 같은
컨트리송 가수 존 덴버의 카랑한 노래가
발렌타인 데이 초코렛을 기다리는 연인의 눈동자처럼 꼬셔댄다
미국 친구들은 은퇴하고 대륙을 횡단하는 게 꿈이라서 나도
이 길 따라 가면 되겠구나 싶어 덴버 지나 태평양까지 3000 마일 여행길을 가늠해 본다
하루에 10 시간씩 운전하면 5 일이면 되겠지만, 중간에 콜롬버스, 인디애나폴리스, 세인트 루이스, 덴버, 라스베가스, 로스앤젤레스를 둘러보려면 최소한 2 주일은 걸리겠구나, 차에 기름 넣을 주유소와 식당도 알아 보고 호텔도 필요하겠지
태평양 너머에는 한국도 있겠지
한참 궁리에 빠져 있는데 옆 차가 빠앙 하며 지나간다
장 보러 가는 고속도로
하늘로 닿아 있는 언덕길이 새롭다
오늘은 배추김치랑 총각김치도 사서 저녁밥 먹고 지도를 찬찬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