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8. 2. 09:10

한숨



이재이



잠들지 않는 밤은

찻길 건너는 노란 달팽이


원통 위에서 구르는

한 문장 한 단어를 현미경으로 해부해도

치료할 수 없는 수술실


식어버린 국화차

입에 머금다 결심한듯 삼키지만

다시 찻잔에 따르게 되는


밤은 비틀거려도 넘어지지 않는

술취한 아버지 같은


밤은 헝클어진 검은 커튼

커튼에 새겨진 희미한 문양은 선물


잠들지 않는 밤은

커튼 건너는 노란 달팽이

껍질을 갖지 못한 민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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