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8. 2. 09:09

푸르른 봄날



이재



눈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서

불의 혀처럼 마을 핥는 태양 아래

민들레 꽃씨 봉오리 고요하다

아무도 내 이름 불러주지 않아

먼 산 마중나온 앞마당

참새는 떨어질듯 날아 가고

민들레 불어 산으로 보낸다

가다가 지치지 않게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하는데 내 마음 같지 않고

덥덥스레 투명하다

움직이는 것은 움직여 가고

선 것은 선 대로 머물러 있는데

손으로 쌍안경 만들어 먼 산에 앉은

하루를 두리번거린다

호기심 깊은 고양이 눈동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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