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9. 00:46
중독
이재이
옥수수 밭에 물고기
가끔 드리워진 낚시바늘에 새벽을 버티며
자유롭게 나아가지만 사방은 묶였고
제자리에 누으니 감각이 없다
하늘도 밭에 조각되어 말을 잃고
울타리 밖의 시간은 벌써 다음날이다
나는 발견되는 걸까 만드는 걸까
다 자란 옥수수 밭에 물고기
너를 볼 수가 없다
모든 생각이 한 점으로 파고들어
마침내 소멸하는 이름은 단단히 굳어가는데
발견되지 않고 만들 수도 없는
나는 안에서 밖으로 점프하지 못하고
바늘을 피하며
점점 줄어드는 옥수수 밭에서
빈 웃음으로 히죽거린다
떡진 머리에서 옥수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