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6. 22:52
헌트 밸리*의 가을
이재이
헌트 밸리 숲
붉은 바람은
거울 속 주름진 머리카락
햇빛 비쳐 나무 투명하게 빛날 때
시계처럼 울리는 단풍잎
하나 하나 따라서
걸어온 길
한 걸음 한 울음 회상으로 떠오르고
곁을 주었던 인연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온 몸으로
햇수 세는 법 배우며
그저 지나가려 더듬거렸던
자드락길이라도
우리라서 갈 수 있는 첫길이라 부르며
오르락 잿길 남아 있어도
머리를 염색하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나는
꿈이라 한다
헌트 밸리 계곡
가시 찔린 바람 한소끔
품에 안고서
* 헌트 밸리: 미국 메릴랜드 북쪽에 있는 숲이 우거진 동네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