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1. 1. 16. 06:13

국화 한 송이



이재이



검은 옷에 타이를 맨

바람이 애써 맴돌다가 사그라들고

불빛마저 벽에 숨는데 고개 들기도 미안하다


눈물은 짜다

그러나 짠 맛이 혀를 적시는 순간

더 이상 눈물이 아니다

말은 위로가 아니다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아스팔트 걷던 발에 버선 신고

머리에 두건 쓰고

그는 차가운 사진으로 서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국화 한 송이를 들고

그가 들을 수 없는 때가 되어서야

바다의 염분이 꽃을 피워냈다고 지친 눈으로 말한다


아무도 웃지 않는다

서로 어색한데

그는 혼자 네모 웃음에서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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