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11. 21. 12:14

그림자 일으키기



이재이



낡은 운동화에 묶인 그림자

뿌리 드러낸 채 누워 있다

나는 손 내밀지만

그림자를 일으키지 못하고

오히려 검은 중력에 이끌려 무릎 꿇는데

넘어지지 않으려 왼발에 채워진 무게를 끌어

시멘트 벽에 기대어 앉는다


참새도 제 그림자 무거워

덤불숲에 들어가 안식하는 시간

벽을 짚고 일어나

네게 딱딱한 등이라도 내어주고 싶다

그림자 안아 세우며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부의 하루  (0) 2020.12.19
헌트 밸리의 가을  (0) 2020.12.06
사과  (0) 2020.11.14
마리오네트  (0) 2020.10.30
클래식 카페의 봄  (0) 2020.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