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1. 12:14
그림자 일으키기
이재이
낡은 운동화에 묶인 그림자
뿌리 드러낸 채 누워 있다
나는 손 내밀지만
그림자를 일으키지 못하고
오히려 검은 중력에 이끌려 무릎 꿇는데
넘어지지 않으려 왼발에 채워진 무게를 끌어
시멘트 벽에 기대어 앉는다
참새도 제 그림자 무거워
덤불숲에 들어가 안식하는 시간
벽을 짚고 일어나
네게 딱딱한 등이라도 내어주고 싶다
그림자 안아 세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