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12. 19. 22:57

청소부의 하루



이재이



유리벽이 날마다 1센티미터씩 밀려와

이제 팔 뻗을 공간만 남겼다

걸음을 옮기다가 흘낏 바라본

사람들의 시선 따라 한쪽 귀퉁이로 소환되어

쓰레기를 치우는 내가 쓰레기 되어

구겨지고 악담에 버려져

한 평 휴지통 안에서 짓무르고 있다

외로움조차 사치가 된 감정은

조선의 어느 며느리처럼 귀먹고

눈 멀고 입 막고 숨구멍까지 닫혀 붕어처럼 뻐끔거린다

한 평의 송곳에서 우리 모두의 공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접속은 이 세상 인류의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의 인간다움으로 인간을 대하는 열린 하늘의 푸르름은

지구 바깥에 있는 것인가

천번의 빗질 끝에 허리를 한번 세워 우리를 본다

유리에 반사된 나

유리 너머에 선 너

유리에 새겨진 외로움 외치는 소리까지


하늘이 흐리다 쏴아 쏴--

공중의 먼지마저 쓸어가는 장대비 빗질에 몸을 맡긴다

오늘 하루는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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