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8. 2. 09:04

혼자 숨는 저녁



이재



시를 연습해 보면 안다

얼마나 너를 멀리하는지 행여

가까이한다 해도 살을 비벼준 적이 있는지

얼마나 삶을 고민하는지 행여

고민한다 해도 밤새도록 울어 본 적이 있는지

너의 눈빛에 익숙해지는 것은

싱크대 밑에서 양은냄비를 꺼내

라면을 끓여 신 김치와 함께 상에 내는 것이다

너에게 시간계정을 열고

너의 얼굴에 꽃받침 하는 손이다

비 오는 날

혼자 숨는 저녁이 아니라

비 맞는 몸에 비누 거품을 내는 것이다

서로의 몸에 입술 자국을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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