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 08:58
태풍주의보
이재이
바람이 시작되는 곳
두 눈 찡그리며 그곳이라 여겨지는
한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바람의 처음은 고요라
바람이 시작되고 0.1초 지난 곳에서
침묵을 바라며
손톱만큼 떨리고 싶었다
어린 양의 울음처럼
무릎 꿇고
깃발 하나 세워놓고 싶었다
비에 씻긴
나부끼지 않고 흔들리는
어둠 속 흐느낌의 노래
하얀 구름벽
문고리 틈으로 보이는 바람집에
커튼을 묶고
산촌 농부처럼
진흙밭 감자꽃 피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