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9. 4. 23:58

초겨울 새벽



이재이



안경을 바로 쓰며 뒤돌아 보았다


앞은 깨진 가로등 길

뒤는 멀리 있고 손잡이는 닿지 않는다


어둠의 두께를 만질 수 있다면

가시 같은 구멍이라도 시도해 볼 텐데


시력 잃은 까마귀처럼

개똥바람에 구르다 예배당 문간에 부딪쳐

양팔 벌린 채


엎드려 기도한들

어차피 앞은 낙엽 차가운 새벽


갯벌 속에서

발걸음 혼자 하루를 삼킨다


핏자국 낙엽 위를 뒹굴어야 넘어가는

오르막 언덕 아래

생수 배달 트럭이 툭툭툭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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