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9. 18. 21:28

내일 뵐게요

 


이재이

 

 

툭 던져진 한 마디

듣는 사람이 있든 없든

스스로의 다짐처럼 낡은 담요처럼

문턱을 넘지 못하고 쌓인다

 

빵 부스러기를 먹다

사람이 다가서면 날아오르는

비둘기 발자국처럼

사람과 적당한 거리 유지하며

사람이 던져주는 먹이에 의지해 산다

 

우리 입술에 사는 비둘기가 여럿 있다

언제 밥 한번 먹어요

다시 연락할게요

내일 뵐게요

 

반복되고 겹치다가

점이 지워지듯 사라지면

마지막 남은 이

문간에 널브러진 다짐을 묶어

문 밖 가문비나무에 노란 띠로 달아놓는다

 

그러면 빵 부스러기 찾아

모여드는 비둘기의 체온을 위해서

내일은 그렇게 던져지듯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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