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8. 29. 05:16

예감



이재이



언제나 떨림으로 온다

별의 흔들림을 담아야 했기에

새로운 소식의 엔트로피를 느껴야 했기에.

태곳적에

모두가 사제였던 흔적이

유전자에 밀봉되어 있다가

어느날 불현듯 몸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슬픈 예감이 틀리지 않는 것은

슬픔에 길들여진 몸이 더 잘 감응하는 것이다.

제단 잃은

평민의 삶이 훨씬 더 고단한 까닭이다.

무의식적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저녁 시간은 늑대의 하울링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거는 비상전화

떨림을 예비하는 의식이다.

새벽녘 별의 뒷목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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