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9. 05:15
봄의 다짐
이재이
웃음에 촛점이 없어도 좋다 친절에 마음이 없어도 좋다
너의 영역을 두드리기 위해 어설픈 웃음이면 어떻고
너의 눈길 맞추려 조금은 쑥쓰러운 친절이면 어떠랴
산그림자처럼 삐죽삐죽 도사리고 있는 쓴 맛 걷어내고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맛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어떠랴
아직은 쌀쌀해서 움츠러드는 발걸음 총총총총
파고다 공원 뒷길로 걸어가는 할아버지 붙잡고 “안녕하세요?”
어색한 듯 건네는 부끄럼이면 어떠랴
한 마디 말이 겪는 놀람의 파동으로 촛점이 생기고
마음이 형체를 만들어 뫼비우스띠가 묶인다
오늘에 친절 매어 너에게 보내며
주저앉아 더 이상 갈 수 없다며 떼 쓰는 너를 안고
한 걸음마다 무릎 꺽이는 걸음일지라도 웃음 담고 싶다
거창하게 사랑이라 용서라 하지 않고
이른 봄의 매화꽃 살랑살랑 흔드는 희망 쯤 된다고 하면 좋겠다
어제 지나고 오늘이 있다는 희망
출근하면서 너에게 “굿 모닝” 하는 입술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