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풀숨 2020. 8. 22. 04:39

너에게서 가장 먼



이재



싸락눈 첫눈 온다

올해 처음 온 눈은 아니지만 첫눈이다


첫눈이 되는 기준은 눈에서 가장 먼 여름이다


너를 안아 머리를 받치느라

늘어진 티셔츠에 밴 너의 여름을 찾는다


평생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는,

쌀을 벌기 위해 다니다 밤비탈 굴러 며칠 앓아누웠어도

누워 있던 며칠을 미안해 했던, 내 나이의 아버지는 나의 여름이다


마당에 쌓인 쌀알 치우느라

맹그로브 숲처럼 얽힌 너의 입술에서 가장 먼 말 지우느라

가슴 뻐근한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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