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5. 06:15
겨울 밤비 소리
이재이
왕벚나무 맨몸으로 버티는 겨울
유리창에 매달려 살짝 들여다 보고 밀려간
밤비는 야윈 고양이 발걸음
공항 너머 세상의 너에게
호오잇 주문 걸며 문자를 보내는데 어둠은
길을 내어주지 않고 더욱 짙어진다
우연일까
답장의 진동일까
유리창에서 촉촉, 아, 소리!
게임 매장에서 너를 위해
열두 번만에 따낸 곰인형처럼
밤은 먼 거리를 덮고
나는 마침내 겨울과 밤비는 창 밖에 두고
소리는 내 방에 들어와
배고픈 고양이를 침대 옆에 묶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