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3. 00:11
반지하방
이재이
폭폭하다는 것은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
가지 하나하나 바람에 흔들린다는 것
고민이 고민을 낳지 못하도록
달빛을 속이고
진통제 먹고
햇빛에 말리려 걸어놓아도
낮달이 뜬다
더듬이 더듬는 달팽이 너머
눈 덮인 산꼭대기 아이거 북벽 위에
낮달이 뜨면
빈손 깨워서
배고픈 새끼를 핥아주는 어미
길고양이 시선처럼
낮달이 뱉어낸 숨비소리
반지하방 골목에 가느랗게 퍼지며
길들여지지 않는 바람을
끝내 풀어놓고야 마는데
사람들의 발소리를 밤새
머리에 이고
반투명 콧구멍을 철창으로 낸 반지하방
창틀에 매달려 핀
민들레 꽃씨는
햇빛 들지 않는 아침에도
휘청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