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하나님 나라와 언약적 관점으로 보는 성경신학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 언약신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언약신학과 관련된 책들이 비교적 많이 출판되었고 언약신학에 대한 글들도 인터넷에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참으로 반가운 현상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일관성 있게 이해하려면 언약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언약신학은 이것을 잘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약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9년도에 출판된 <하나님 나라와 언약적 관점으로 보는 성경신학>을 리뷰하는 것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성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책의 저자인 전정구 교수는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Faith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약성경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동부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메리데쓰 클라인 교수에게 사사했으며, 박사학위 역시 클라인과 머레이의 언약신학을 비교하는 논문으로 취득하였을 만큼 언약신학에 대한 ‘전문가’이다. 또한 그는 미국 PCA(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 교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지역 교회에서 협동 목사로 섬기고 있다.
이 책은 전정구 교수가 책머리에 밝히고 있는 것처럼 신학교와 선교 현장에서 신학생들과 선교사들 및 목회자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가운데 그들에게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성경신학에 대한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저술한 것이다. 그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개혁신학은 언약신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언약사상은 비록 초대교회 시기부터 어거스틴을 비롯한 여러 교부들과 신학자들에게서도 발견되지만, 언약신학은 종교개혁자들과 그의 후예들에 의해서 정립되고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청교도 신학자들 이후에 한동안 주춤했던 언약신학은 20세기에 고대 근동 지역에서 국가간 조약 문서들이 새롭게 발견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고 클라인 교수는 이를 깊이 연구하면서 언약신학의 깊이와 지평을 크게 넓히는 데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전정구 교수가 동부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수학한 것은 자신의 성경신학의 근간을 클라인 교수의 언약신학에 뿌리내리고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처음에 서론으로는 언약과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제공된다. 언약신학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아니라 언약신학 자체에 대한 개론적인 설명이 제시되며 세대주의 신학에 따른 성경 해석 및 구속사적 성경 해석 등이 간략하게 비교, 소개된다. 그리고 나서 언약신학의 대표적인 언약 구분에 따라 각 언약을 차례로 설명하며 각 언약이 하나님 나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논증한다. 그래서 창조 언약, 노아 언약, 아브라함 언약, 모세 언약, 다윗 언약, 그리고 새 언약을 성경 본문과 함께 설명한다. 또한 언약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언약들 상호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며, 더불어 언약의 흐름을 따라서 새 언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새 언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은혜 언약이 어떻게 정점에 이르는지 기술되어 있다. 이것을 통해서 성경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뼈대를 세우게 될 것이다.
다른 언약신학 책들과 비교하여 이 책의 장점은, 첫째 무엇보다도, 언약과 하나님의 나라를 함께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언약과 구원 및 하나님의 나라는 성경의 가장 큰 주제들이다. 이 책은 각 언약을 하나씩 살펴보면서도 이 모두를 다함께 생각하도록 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이것은 아주 큰 장점으로서, 다른 언약신학 관련 책들이 대부분 언약 그 자체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부분을 빠트리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언약과 하나님 나라와의 상관 관계를 생각해 볼 중요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둘째, 언약신학이 성경본문으로부터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보여주는 아주 풍부한 성경본문이 책에 함께 들어있어서 언약을 이해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책과 성경을 왔다갔다 하면서 읽다보면 집중력이 흩어지기 쉬운데 이 책은 성경본문을 적절하고도 풍부하게 제공함으로써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렇게 성경본문으로부터 도출된 언약이 다시 성경의 다른 부분들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해하게 한다.
셋째, 특별히 노아 언약에 대해서는 홍수 후에 하나님이 노아와 맺은 언약이 어떻게 일반은총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은 다른 언약신학 책들이 대부분 놓치고 있는 부분이어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언약은 계시적인 측면에서 특별계시에 속하고 하나님의 특별은총의 한 부분으로서 주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약에는 일반은총의 성격이 아주 강한 면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홍수 후의 노아 언약이다. 전정구 교수는 이 측면을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넷째, 모세 언약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모세 언약의 본질에 대한 논쟁은 개혁주의 신학 진영 내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이었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논쟁이다. 한국에서 <언약신학>으로 유명한 마이클 호튼은 전정구 교수와 함께 둘 다 클라인의 제자인데, 마이클 호튼은 클라인의 언약신학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전정구 교수는 모세 언약의 본질에 대하여는 클라인과는 다른 관점을 갖는다. 클라인과 호튼은 모세 언약을 행위 언약의 갱신으로 이해하지만, 전정구 교수는 튜레틴을 비롯한 주요 청교도 신학자들과 함께 모세 언약이 외적으로는 행위 언약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은혜 언약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호튼의 <언약신학> 책을 읽은 독자라면 전정구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다만 둘 중에 하나가 틀렸다는 것보다는 서로의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클라인은 대속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강조하기 때문에 모세 언약을 행위 언약의 갱신으로 본 것이고, 반면에 전정구 교수는 죄인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기 때문에 모세 언약의 본질이 은혜 언약이라고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각 언약들에 대해 성경본문과 함께 설명하면서 필요한 경우마다 세대주의 신학의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비평한다는 점이다. 개혁주의 신학의 양대 산맥인 언약신학과 세대주의 신학은 서로 아주 상이한 성경해석의 체계를 제공한다. 서로가 서로를 비평하면서 발전하기도 하지만 세대주의 신학은 각 세대들 간의 철저한 불연속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때로는 성경 해석에 있어서 역사적인 흐름을 무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세대주의 신학도 세대들 간의 연속성을 인정하는 분파도 나타나서 언약신학의 장점을 수용하기도 하였다). 세대주의 신학에 대한 비평은 한국에 퍼져있는 세대주의 신학의 문제들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별히 세대주의 종말론의 경우에 더더욱 그렇다.
이 책에도 몇몇 아쉬운 점들이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 책에 구속 언약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정구 교수가 구속 언약을 언약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이 책의 성격을 언약을 기반으로 하여 성경신학의 기초를 제공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성경 본문 상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구속 언약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언약이 하나님의 나라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이 부분이 좀 더 명확하게 설명되었더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혹시 개정증보판이 앞으로 나온다면 이러한 점들이 보완이 되어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 다른 아쉬움은 새 언약 이후에 펼쳐질 종말에 대해 한 장(chapter)를 할애하여 좀 더 집중적으로 설명했었다면 하는 점이다. 다만 이 부분은 지금 현재 전정구 교수가 언약신학의 관점에서 본 종말론에 대한 책을 저술하여 미국에서 출판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이며 전정구 교수가 언약들을 기반으로 하여 종말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기대가 된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책의 제목처럼 언약을 기반으로 하여 성경신학의 기초를 세워주는 작업에 충실하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이어지는 언약의 흐름으로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 개념들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성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뼈대를 세우는 일이므로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 읽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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