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 1절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1:1)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s and the earth (Gen 1:1)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을 제시할 것이다. 그런데 또한 창세기 1장 1절 말씀을 꼽는 분들도 많이 있다. 각자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를 댈 것이지만 여기서는 조금 다른 이유로 인해서 창세기 1장 1절 말씀을 살펴보려고 한다.
요점은 이것이다. 창세기 1장 1절 말씀은 하나님의 천지 창조 기사의 시작인가 아니면 결론인가? 아마도 시작이라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고 또 결론이라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창조 기사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씀이므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하나님이 첫날에 창조하신 것은 분명히 하늘과 땅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는 창1:1 말씀의 ‘created’라는 단어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분명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졌으므로 하늘과 땅도 첫날 만드신 것이며 빛이 그 다음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님이 엿새 동안에 하늘과 땅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셨다는 출 20:11 말씀으로 확인된다. 그래서 이 창1:1 말씀은 창조 기사의 시작이라고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가만히 보면 결론도 될 수 있다. 천지를 대유법으로 해석하면 단순히 하늘과 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을 대표로 해서 모든 천지 만물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결론적으로 언급할 때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 곧 천지를 만드셨다(창2:4; 14:19, 22; 출31:17; 왕하19:15; 시115:15)고 하므로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시작이라고 해도 맞고 결론이라고 해도 맞다. 그런데 더욱 정확하게는 시작과 결론 모두를 동시에 의미하고자 하는 문학적 표현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으로, 이는 문학적으로 성경의 저자이신 하나님이 시작과 동시에 마침이 되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성경은 하나님이 알파와 오메가이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포하지 않고도 이렇게 문학적으로 아주 멋지게 함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성경의 맨 처음에 기록된 한 문장은 어쩌면 성경 전체를 감싸고 있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성경의 맨 마지막 책의 마지막 장인 요한계시록 22:13말씀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는 명시적인 선언에 대한 은유적 선언이 창세기 1:1 말씀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 전에 기록된 책이 그후 1600년 이후에 기록될 책까지 포함하여, 전체를 하나로 감싸는 문학적인 아름다움을 글로 기록한 저자는 얼마나 뛰어난 분일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문장이 바로 창세기 1장 1절이다.
고전적인 미학에서 아름다움이란 진리를 표현하는 또는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현대에서는 아름다움의 상대성을 강조하기에 절대적 의미에서의 ‘진리’라는 것을 담아낼 수가 없지만 – 인간은 얼마나 제멋대로인가 – 고전적 미학의 개념으로 보면 창세기 1장 1절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토록 멋지게 진리를 드러내는 문학적 표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우리 하나님은 우리에게 언어를 주신 분이시자 모든 창조의 전능자이시며 진리의 하나님이시므로 우리에게 진리를 전달할 때에도 아름답게 전달하신다. 문학 작품으로서의 성경은 이처럼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일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하는 그것이라 (시 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