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저녁의 꿈

풀숨 2020. 9. 12. 06:13

저녁의 꿈



이재



콩나물국에 밥을 먹고

나무의자에 모로 앉아 잠든 너는

차가운 목욕을 하는 중이다

TV는 하얀 벽을 치고 질식한 채

벽화처럼 섬이 되고

나는 섬에 혼자 남은 노란 신호등

너에게 담요 한 장 덮어주는 것이 전부다

꿈은 너의 식어버린 몸에도 내릴까

커피향 창가에 

야생화 한 다발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바다의 성벽에 새 글자 새겨질까

밤은 더욱 부풀어 올라 깨지 않고

할로겐 불빛을 봉인하는데

나는 푸른 바다에 서서 너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