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비빔국수

풀숨 2020. 8. 2. 09:02

비빔국수



이재이



기냥 국시나 비벼 묵자

외할머니는 가진 것 없는 살림을

손주 위해 맨손으로 빨갛게 물들였다

상 위에 국수 대접 두 개와

동치미 한 그릇

겐차녀?

공부나 허지 여그는 머 헐라고 왔능가

손주가 먹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한 젓갈 뜨고는

겐차녀?

동치미 그릇을 앞으로 밀어준다

국수 삶아 찬물에 헹구고

간장 조금에 고추장, 설탕, 미원

김치 국물 넣어 비비고

열무 썰어 올려놓는 게 전부인 한끼

친구들 만날 생각에

후딱 먹고는

할머니, 나 나갔다 올께, 하는

손주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혀, 혼잣말이 오물오물 국수에 얹혀진다

살과 살을 비비면 붉어진다는 걸 나중에

대문 뒤에 숨어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