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울음 총량의 법칙

풀숨 2021. 7. 31. 16:50

울음 총량의 법칙

 

 

이재이

 

 

숲이 감푸른 숨으로 신음한다

십칠 년 동안 땅 속에서 웅크려 껍질 벗고

지상에 올라와 한 달 동안

삶을 쏟아내는

매미 안고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운다

동시에 울어야 멀리 퍼지는 것을 아는가 보다

숲도 나무도 매미도 새도 풀도

야생화도 함께 운다

울다 울다 지쳐 마른다

아스팔트가 아지랑이 숨으로 신음한다

열 달을 배속에서 웅크리고 세상에 나와

팔십 여년 몸살 앓는 우리

매미의 울음을 가늘고 얕게

나누어 길바닥에서 운다

아무도 함께 하지 않는

드러내고 울 수 없는 울음

이불 덮고 손등으로 닦아내면

숲이 야위어

차갑게 속으로 삼키는 것처럼

야생화, 악몽에 떠는 것처럼

밤은 지나가고 다른

작은 분량의 울음이 길모퉁이에서 기다린다